청와대백과사전 6

청와대에서 용산까지

▶청와대 백과사전 6(끝)-청와대에서 용산까지 북한산과 관악산 꼭대기를 이어보니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모니터에 지도를 띄웠다. 북한산 꼭대기인 백운대와 관악산 꼭대기인 연주대를 선으로 연결해보았다. 직선 위를 큰 편차없이 오가며 청와대-경복궁-덕수궁-숭례문-용산 대통령집무실이 놓여있다. 서울시청, 서울역, 용산역, 서울현충원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까지 서울 역사의 핵심을 보여주는 중심축이라 할 만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마침 대통령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가면서 풍수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경복궁~세종대로 앞으로 남산과 관악산이 보인다. [연합뉴스] 수도를 옮기는 뻔한 이유 고려왕조를 전복하고 조선을 연 이성계는 개경(개성)을 뜨기로 결정..

보이지 않는 물길_도로 위 '사각철판'이 힌트다...靑 둘러싼 '보이지 않는 비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백악산 꼭대기에 내린 비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물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 북쪽 홍제천, 동쪽 삼청동천, 서쪽 백운동천, 남쪽 대은암천으로 흘러든다. 산책로가 있는 홍제천은 낯설지 않은데 나머지 하천 셋은 생소하다. 정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하천은 있고 여전히 물이 흐른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기록에 남아있는 이들 하천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물길을 찾아 백악산 동·서·남쪽을 훑어봤다. 1780년경 만든 도성지도. 서울대 규장각 소장. 도성 주변의 물길이 생생하다. 묻어 다 묻어 1900년대에 들어서며 일제는 조선 침탈 속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철도와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적극 확장한다. 1899년에 경인선, 1904년..

벚꽃필때 靑서 태어났다…이승만이 '김경숙' 이름 준 아기 정체

청와대들 둘러본 이들의 반응은 ‘우와’파와 ‘애걔’파로 나뉜다. 전자는 생각보다 크고 호화롭다는 쪽이고, 후자는 소문과 달리 별거 아니라는 쪽이다. 금단의 땅, 구중궁궐, 철옹성…. 쉽게 접근할 수 없던 청와대를 두고 하던 말들이다. 철옹성은 쇠로 만든 항아리처럼 방비가 튼튼한 성을 말한다. 평안북도 영변에 고구려 때부터 실제 있는 성이다. 근처에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으로 익숙한 약산이 있다. 공교롭게도 철옹성 바로 아래 영변 핵시설이 있다.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청와대는 금칠한 아방궁도 철옹성도 아니다. 신경 써서 관리한 큼지막한 정원이랄까. 청와대 개방은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이벤트였다. 여기에는 패턴이 있다. 국민과 터놓고 소통하겠다 → 소통하겠다 → 하겠다 → (…) → (……). 정권 후반기..

서울 타임캡슐 인근 동네 한바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하문로 큰길가에 있는 ‘토방’은 조그마한 한식당이다. 경복궁역에서 걸어 10분 정도다. 점심에는 식사를 내고 저녁에는 삼합이나 보리굴비 같은 술안주를 낸다. 5월 들어 갑자기 바빠졌다. “주로 단골손님들이 예약하고 오시는데 어느 날부터 지나가던 사람들이 불쑥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요. 처음 보는 분들이라 뭔 일 있나 했지요.” 곧 주인장은 개방한 청와대를 구경하러 온 이들임을 알았다. 일대가 다 그렇다고 했다. 청와대 인근 동네가 북적이고 있다. 이 일대는 주중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회식하러, 주말에는 젊은이들이 놀러 나오는 동네다. 이제는 요일을 가리지 않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밥집이건 찻집이건 손님이 넘친다. 중년여성들이 특히 많아졌다. (청와..

걸어서 한바퀴_박정희가 말타고 달렸다더라...베일 벗는 靑, 인기코스는 '여기'

백악산 아래 청와대는 대통령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은 접근하기 힘들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에게 청와대의 담장은 높았다. 민주화가 진전되며 한발 한발 문을 열어왔지만 그래도 닿을 수 없는 영역이 많았다. 5월 10일, 이 완고한 철옹성이 나머지 빗장을 연다. 77년 만이다. 새 대통령은 용산으로 출근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로 이전의 의미를 밝혔다. 건축계에서는 익숙한 말이다. 집무실 이전을 놓고 건축가들도 의견이 나뉜다. 유현준 교수(홍대 건축학부)는 3월 1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국방부에 강연 차 가본 적이 있는데 태어나서 봤던 뷰 중에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한양을 도읍으로 ..

알고 걷는 재미(자연유산.문화유산)_대통령 성격 나오는 靑나무...아예 나무 안심은 두명은 누구?

백악산 능선에는 사연 많은 나무가 한그루 있다. 정상과 청운대 사이에 있는 소나무다. 풍경에 정신을 팔고 걷다보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나무 몸통에 난 구멍들을 시멘트로 메우고 그 위에 둥근 모양으로 하얗고 빨갛게 칠했다. 딱 사격 표적 모양이다. 그 옆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1.21 사태 소나무〉 1968년 1월21일 북한 124군부대 소속의 김신조 등 31명의 무장공비들은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침투하여, 현 청운실버센터(청운동) 앞에서 경찰과 교전 후 북악산 및 인왕산 지역으로 도주하였다. 당시 우리 군·경과 치열한 교전 중 한 소나무에 15발의 총탄 흔적이 남게 되었고, 이후 이 소나무를 1.21사태소나무라 부르고 있다. 무장공비 일당은 당시 청와대 및 주변시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침투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