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년대에 들어서자 1차 대전 이후 일시 평화를 되찾았던 국제 정세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으로 대표되는 파시즘 세력의 발흥은 ‘베르사유·워싱턴 체제’에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에도 미국의 여론은 여전히 전통적인 ‘고립주의’에 편향되어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정세는 남의 일로 치부되었고,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개입주의’는 설 자리가 좁았다. 중일전쟁 발발 3개월 후인 1937년 10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시카고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격리 연설(Quarantine Speech)’로 알려진 이 연설에서 그는 일부 호전적 국가들이 야기하는 무법 상황을 ‘전염병(epidemic)’이라 부르며 국제적 격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