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에서 33

중국의 새 구호 "펑페이다오디"

제나라의 인질이었던 초나라 태자는 ‘땅 상납’을 약속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초양왕에 오른다. 즉위 직후 그는 사신단을 보내 제나라를 방심하게 하면서 뒤로는 이웃국과 손잡으며 반격을 준비한다. 한참 지나 찾아온 제나라 사신에게 초양왕의 충신 소상이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부터 환갑 노인까지 동원해 30만 군대를 꾸렸소. 펑페이다오디(奉陪到底·기꺼이 끝까지 상대해 드리지).“ 중국이 2차 미·중 관세 전쟁을 맞이하며 내놓은 새 구호가 바로 ‘펑페이다오디’다. 지난 10일 중국 외교부·상무부가 처음 언급했다. 미국과 장기전을 치를 각오가 담겨있다.중국 지도부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 당일부터 미·중 정면 대결을 예상했다. 최소 4년, ‘트럼프 3선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8년까지 내다봤을 테다. 2018년 막 올랐던..

칼럼중에서 2025.04.29

[천광암 칼럼]결국 ‘법기술자 윤석열’이 ‘대통령 윤석열’ 잡았다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던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총 11차례 중 8차례의 변론에 나왔다. 단순히 출석만 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에게 귓속말이나 메모를 건네며 변론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여기에는 자신이 ‘검찰총장을 지낸 우리나라 최고의 법 전문가’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법 전문가’라기보다는 ‘법 기술자’에 가까웠다. 뻔해 보이는 거짓을 사실로 포장하거나, 궤변이나 억지를 막무가내로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함으로써 헌재재판관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봤겠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 헌재 결정문을 자세히 보면 윤 ..

칼럼중에서 2025.04.10

[선우정 칼럼] 조국이 울고갈 한동훈 청문회

거대여당 때 베일에 숨겨져 있던 야당 의원들의 밑천이 드러났다 조국 지지층 환심이나 사려고 수호대·호위무사 자처했을 뿐 조국 뒤에서 놀고먹은 것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민주당 입장에선 조국 전 법무장관의 복수전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공부 부족으로 헛발질을 남발하면서 한 후보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누구보다 조 전 장관의 낙담이 클 것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잔다”고 했다. 이런 의원이 조 전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하고 발언했다가 청문회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김 의원을 돕는 보좌진만 8명이다. 본인 연봉을 합쳐 세금 6억원가..

칼럼중에서 2022.05.11

[선우정 칼럼] ‘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을 요구함

한국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세계적이다. 어디 가나 왕 대접을 받는다. 반면 스웨덴 국회의원은 특권이 거의 없다. 그냥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그런데 젤렌스키의 호소를 듣는 자세는 이렇게 다르다. 한국은 국회의원의 6분의 1이 참석했지만 스웨덴은 국회의원 거의 모두가 참석했다. 검수완박의 선봉장,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과 언론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특권 영역”이라며 “이 특권을 해체하는 일에 민주당이 나섰다”고 했다. 정파가 같으면 이런 말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혈 지지자라도 ‘마지막 특권’이란 대목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특권의 끝판왕, 한국 국회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면책, 불체포 특권, 보좌 직원 7명, 본인을 포함해 한 해 인건비 5억여..

칼럼중에서 2022.04.20

[박제균 칼럼]‘태어나선 안 될 나라’ 그래도 권력은 잡고 싶은 나라

너무 우려먹는 ‘대한민국 否定’ 욕하면서 혜택은 누릴 대로 누려 편 가르기 놀아나면 ‘약장사’ 계속 1948년 오늘은 제헌헌법 의결한 날 참으로 징글징글하다. 벌써 햇수로 20년.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신을 뽑아준 이 나라의 정통성을 부정(否定)한 뒤 ‘대한민국 부정’은 좌파들이 배턴을 이어받는 스포츠가 됐다. 최근 여권의 지지율 1위 대선주자도 ‘미(美) 점령군과 친일세력의 합작’ 운운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우려먹어도 너무 우려먹는다. 취임 일성부터 “반칙과 특권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반칙과 특권의 역사’로 규정한 노무현 전 대통령. 국가를 대표하는 분이 둑을 허문 뒤 대한민국 부정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역시 최고봉은 문재인 대통령. ‘친일파와 보수가 득세해온 이 땅의 주류세력을 ..

칼럼중에서 2021.07.12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려운 사람들 [진중권의 퍼스펙티브][출처: 중앙일보]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려운 사람들 [진중권의 퍼스펙티브]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 오직 박영선! 박영선입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왜 그들은 김어준(‘뉴스공장’ 진행자) 없는 아침을 ‘공포’라 부르는 걸까? 어쩌다가 서울시장이 고작 김어준의 밥그릇이나 지켜주는 자리로 전락했을까?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익·신뢰·중립·시의·흥미성 모두 최하위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김어준 프로 지원, 공공재 TBS를 사유화 이해찬 “김어준이 민주당 위해 큰일 한다”…여당 헤게모니 구축에 활용 핵심 지지 40대 무너지면 레임덕, 정권 재창출 어려워 공포 느끼는 것 민주당의 프로파간다 머신 지난 2011년 김어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박원순 후보에게 “시장 되면 저에게 교통방송을..

칼럼중에서 2021.03.31

[양상훈 칼럼] 反中 상징 독립문 앞에서 反日 만세 부른 文

수백 년 중국 속박에서 독립한 기념으로 세운 독립문에서 反日 행사 벌인 대통령 미국의 중국 견제 본격화 어쩔 줄 모르고 손 놓은 한국의 운동권 학생 외교 양상훈 주필 입력 2021.03.04 03:20 | 수정 2021.03.04 03:20 2018년 제99주년 3·1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한 뒤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절에 지인들과 카톡방 대화를 하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이 항일 독립 의지를 위해 지은 것으로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립문은 중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재필 선생이 주축이 돼 지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항중(抗中) 독립문을 항일로 오해하..

칼럼중에서 2021.03.04

[박정훈 칼럼] 한번도 경험 못한 ‘신체제 자본가’들이 출현했다이재용 부회장은 4세 승계는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지금 우리가 보는 재벌 총수들이 자본주의 구체제의 마지막 세대일 수 있다

한국 자본주의사(史)에서 2021년은 기념비적 해[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자본가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김범수, ‘배달의민족’의 김봉진 두 창업자가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으로 번 돈을 교육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쓰겠다고 했다. 이는 곧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50대, 40대의 한창 나이다. 기업가로서 절정기에 부(富)의 세습을 끊고 사회 환원에 나선 것이다. 지금껏 한국에 이런 기업인은 없었다. 한국에서 기업의 역사는 곧 재벌의 역사였다. 총수로 통칭되는 대기업 오너들이 ‘확장 지상주의’와 ‘혈통 승계’라는 한국형 기업 문화를 확립시켰다. 자장면에서 미사일까지, 돈만 된다면 분야와 업종을 가리지 ..

칼럼중에서 2021.02.26

[양상훈 칼럼] 지금 놀라운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중국 쪽으로 기우는 한국미국 내에서 점증하는‘이루 말할 수 없는 짜증’변곡점 지나는 미국 인내미국의 일본 중시론 속한국 배제론도 꿈틀

우리는 음력 1월 1일을 우리 설날이라고 하지만 세계에선 ‘차이니스 뉴 이어 데이(Chinese new year day)’라고 한다. 음력을 중국이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서구 초등학교에선 백인 아이들이 중국식 용 모자를 쓰고 중국 음식을 먹기도 한다. 이 중국 설을 공휴일로 정한 나라를 찾아보았더니 거의 전부 화교가 많거나 주축인 동남아 국가들이다. 아닌 나라는 한국과 몽골뿐이다. 특히 미국 동맹국 중엔 한국밖에 없다. 싱가포르도 있지만 화교권 도시국가다. 일본은 1873년 음력을 없앴고 그걸로 끝이었다. 우리도 1896년에 음력을 폐지했지만 아직도 1월 1일은 음력으로 따져 최대 명절로 하고 있다. 풍습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세계가 중국 명절로 아는 날을 가장 큰 명절로 쇠는 거의 유일한 미국의..

칼럼중에서 202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