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싸롱 스크랩

올갱이 국

오늘도해피데이 2012. 1. 4. 10:21

춘하추동이라고 하는 사시(四時)의 순환은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다. 어차피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순환에 거역할 것이 아니라 순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거역하면 질질 끌려가고 순응하면 업혀 간다. 동양사상은 이러한 자연 질서에 대한 순응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봄이 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순응하는 것이 되는가. 봄은 목(木)의 계절이다. 목은 색깔로는 푸른색(靑)이고, 인체의 오장(五臟) 중에서는 간장(肝臟)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옛 어른들은 봄이 되면 간장을 돌보고 보강하는 것이 자연 질서에 대한 순응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푸른색이 들어간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간장에 좋다고 여겼다. 간장을 구성하는 세포 조직이 푸른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색깔의 음식을 먹으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푸른색이라 하면 블루(Blue)보다는 연녹색을 가리킨다. 새싹이 돋아나는 색이기도 하다.

푸른색이면서 간장에 좋은 음식은 쑥과 올갱이를 꼽을 수 있다. 민간요법에서 이 두 가지 음식은 간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봄에 돋아나는 쑥의 색깔도 푸른색이고, 민물 하천에서 잡히는 올갱이도 그 내용물이 푸른색을 띠고 있다. 특히 올갱이는 간장에 좋은 음식이라고 전해져 왔다. “올갱이 한 말만 먹으면 어지간한 간장병은 낫는다”는 말이 민간에 전해져 오기도 한다.

올갱이는 지역에 따라 ‘다슬기’‘민물고둥’‘대수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물이 깨끗한 1급수에서 주로 서식하며, 한국·일본·대만의 하천과 호수에 분포한다. 올갱잇국을 즐겨 먹는 지역이 충청도 내륙 지방이다. 내륙 지방이라서 바닷가의 싱싱한 해산물을 섭취하기 어려웠던 데다가, 깨끗한 냇물이 많았기 때문에 올갱이를 즐겨 먹었던 것 같다.

유명한 올갱이 식당도 충북 옥천(沃川)에 있다. 옥천은 근처의 무주·보은·영동의 1급수에서 채취한 올갱이가 집하되는 곳이기도 하다. 옥천읍내 시장통에 자리 잡은 ‘미락올갱이’집이 바로 그곳이다. 엊그제에도 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의 유적지를 답사하다가 들러서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국밥집 같은 분위기의 식당이지만, 26년 동안 오직 올갱잇국만 끓였다. 봄에는 간(肝)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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