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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역행

오늘도해피데이 2010. 8. 25. 16:07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쓴 휘호 중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는 글이 있는 것은 그가 부단한 독서가임을 말해준다. 그의 동양평화론은 이런 부단한 독서에서 나왔다. 매일 꾸준한 공부가 중요하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괄목상대(刮目相對)인데 삼일괄목(三日刮目)이라고도 한다.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장수 여몽(呂蒙)을 만난 노숙(魯肅)은 '무략(武略)만 있다고 여겼는데 예전의 아몽이 아니다'라고 놀랐다. '삼국지(三國志)' 여몽(呂蒙)열전은 이때 여몽이 "선비는 헤어진 지 사흘이면 마땅히 다시 눈을 비비고 봐야 합니다(士別三日 卽更刮目相對)"라고 답했다고 전해준다.

용과 돼지를 뜻하는 용저(龍猪)도 꾸준한 노력을 강조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아들을 성남(城南)으로 보내면서 지어 준 '학문을 권장하는 시(符讀書城南)'에서 "나이 서른에 뼈대가 형성되면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된다(三十骨�}成/乃一龍一猪)"고 한 데서 유래한다.

과거 급제를 달 속의 선녀 상아(嫦娥)가 계수나무 가지를 꺾어 주었다는 뜻에서 절계(折桂)라고도 한다. 진(晉)나라 극선(�|詵)이 자신의 장원 급제 대책문을 월계수를 꺾은 것과 비교했다는 이야기가 '진서(晉書)'에 나온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인데, 문제는 급제 후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 초기 문신 변계량(卞季良)은 감흥(感興)이란 시에서 "젊어서 노력하지 않았더니/늙어서 아는 것이 없네(旣壯不努力/白首而無知)"라고 한탄했다. 이는 겸양이지만 과거 급제 후 학문이 황폐해진 사람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다.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대 출신으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1)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교훈으로 "노력, 노력, 노력"을 꼽았다.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아직도 학력고사, 수능 점수로 평생을 버티는 것이 가능한 우리 대학의 일부 구조적 문제점이 국제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고봉 기대승(奇大升)은 시 '정자중을 송별하다(送鄭子中)'에서 "노년의 노력이 어찌 끝내 폐해지리(白頭努力寧終廢)"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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