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이란 ‘이판’과 ‘사판’이 덧붙혀진 합성어이다. ‘이(理)’는 이상(理想), 이성(理性), 이지(理智), 도리(道理), 원리(原理) 등에서 인간의 정신적 ‘요소’를 뜻하고 있으나 종교에서 말하는 ‘이(理)’는 ‘성(聖 )의 세계’ 즉 천리(天理)를 의미한다. ‘이판(理判)’은 곧 ‘이(理)’를 맡은 스님을 뜻하며 또한 ‘이(理)’의 세계에 대한 판단을 의미한다. ‘사(事)’는 인간세계의 그 어떤 구체적인 일을 뜻한다. 불교에서 ‘업(業)’, ‘업보(業報)’를 굉장히 중시하는데 ‘사업(事業)’이란 ‘사(事)’와 ‘업(業)’의 합성어로서 역시 불교에서 유래된 어휘이다. ‘사판(事判)’은 ‘사(事)’를 맡은 스님을 뜻하며 또한 구체적인 일(사물)에 대한 판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이판’은 주로 이상세계에 대한 판단, ‘사판’은 주로 현실세계에 대한 판단을 의미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부연적으로 설명하자면 중국에 주자학(신유학)이 있는데, 우리 선조들은 조선조 500여 년을 통해 주자학을 뼈가 절도록 받아들였다. 조선조 유생들이 맨날 허구한 날 ‘이(理)’냐? ‘기(氣)’냐? 하는 논쟁을 벌였다. 유교에서 말하는 ‘이(理)’가 불교에서의 ‘이(理)’와 같은 것이고, 유교에서 말하는 ‘기(氣)’는 불교에서의 ‘사(事)’에 해당된다.
그런데 유교에서는 ‘이판(理判)’, ‘기판(氣判)’이란 말이 생겨나지 않은데 반해, 불교는 ‘이판(理判)’, ‘사판(事判)’이란 말을 지어냈다. 본래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이 따로따로 되어 있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이 합쳐져 ‘이판사판(理判事判)’이란 말이 생겨났으며 우리민족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로 굳어졌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막다른 데에 이르러 더는 어찌할 수 없게 된 판이라 해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이것저것 따질 것 없다,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이 없다,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더 물러설 곳 없다는 등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 이러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를 맡은 스님(이판)이면 어떻고 ‘사’를 맡은 스님(사판)이면 어떠냐? 또한 이상세계면 어떻고 현실세계면 어떠냐? 굳이 꼭 갑이면 갑이고 을이면 을이라고 따질 것 있느냐? 하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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